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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1] 데이비드 하비가 첫번째로 세상을 내놓은한 작품: Explanation in Geography 2023-10-26 05:41:58 +0900 | 0 | 314

여러분이 혹시나 지리학과를 졸업했다면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아마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거에요.

데이비드 하비의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박사논문을 쓰고 나서, 그는 브리스톨 대학에서 강사로 재직하게 됩니다. 그리고 6년 동안 강의를 하고 나서 1969년 '지리학에서의 설명'(Explanation in Geography)을 발간하게 됩니다.

이 시기의 브리스톨 대학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지리학사에서 이 시점이 어떤 시점이었는지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책이 발간된 연도는 1969년입니다. 그러면 이 책의 대부분은 1960년대에 쓰여졌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겠지요.

이 시기는 지리학에서 '계량 혁명'이 거의 정점을 찍고 내려가기 직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지리학사를 배우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계량 혁명'이라는 말은 조금 낯설 수도 있겠네요.

계량 혁명은 지리학 연구에서 양적 방법론, 과학적 방법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1950년대 중반 이후의 상황을 주로 의미합니다.

사실, 기존의 지리학은 '지역지리학'이었거든요. 20세기 중반까지 지리학은 주로 지역지리학적 관점에서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부터는 과학적 방법론과 정량적 방법들이 강조되면서 계통(systematic) 지리학적 접근법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여러분은 계통(systematic)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 vs 계통(system)

이라는 구도를 머리 속에 넣으면 앞으로 지리학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매우 효율적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 접근이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있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지리학사를 이해하는데 큰 줄기를 잡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역지리학의 전통 강자인 하트숀은 지리학의 본질에 대해 강력한 지역지리학적 접근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리학의 주요 목적이 특정 지역의 고유성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의 접근법에 따르면, 지리학은 "지역의 본질"이나 "지역의 개성"을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개성기술적(descriptive)하다는 말은 여기에서 나오는 거죠.

심지어 하트숀의 책 제목은 지리학의 본질(The nature of geography)였어요.

하트숀과 쉐퍼 (Fred Schaefer)와의 예외주의(exceptionalism) 논쟁: 지리학에서 가장 유명한 논쟁이죠.

반대로 쉐퍼는 지리학이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여 보다 일반적인 원칙과 패턴을 찾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리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량적 방법과 모델링 같은 과학적 방법론이 필수적이라고 믿었습니다.
쉐퍼의 주장은 계통지리학적 접근법을 대표하며, 그는 지리학이 보다 학문적인 연구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외주의(Exceptionalism) 논쟁은 지리학이 그 자체로 특별한 학문 분야인지, 아니면 다른 사회과학 분야와 공통된 방법론과 원칙을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Fred Schaefer는 1953년에 발표한 "Exceptionalism in geography: A Methodological Examination"라는 논문에서 지리학의 예외주의를 비판하였습니다.

사실 예외주의 논쟁에 승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당시 지리학은 오스트리아 빈학파의 영향을 받은 논리 실증주의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죠.

시스템, 구조, 패턴, 법칙 등 과학적 법칙을 찾는 방식으로 지리학의 방향을 틀려고 노력했죠.

피터 하게트(Peter_Haggett)과 브라이언 베리(Brian Berry) 같은 학자들이 대표적이었어요. 피터 하게트는 「인문지리학에서의 입지 분석(Locational Analysis in Human Geography」과 「계량지리학의 정신(Spirit of Quantitative Geography)」이 유명하죠. 관련논문

이 때 데이비드 하비는 바로 브리스톨에서 강사로 재직했습니다.
말하자면 양적 연구의 한 복판에서 학생을 가르쳐야 했던 셈입니다.

그는 1961년 캠브리지 대학에서 '19세기 켄트주의 곡물생산지의 입지변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요.
"켄트주"라는 말이 제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지역지리' 냄새가 물씬 나는 연구였지요.

6년간 재직하는 동안 그는 지리학에서 과학적 방법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수학과 과학은 어려운 법이지요.

게다가 당시 영국은 전 세계에서 지리학에서의 양적 혁명이 폭발하던 시기였고,
하필 브리스톨 대학은 양적 혁명의 할아버지 쯤 되는 피터 하겟이 근무하던 곳이었죠.

어쨌든 데이비드 하비는 6년 근무하면서 이 곳에서 지리학에서의 설명(Explanation in Geography)를 쓰게 됩니다.

그는 서문에서 브리스톨 대학의 학생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쓰고 있는데요.
아마도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어쩌면 그의 첫 작품인 "지리학에서의 설명"은 단일한 생각을 담은 저작이라기보다는
지리학의 양적 방법론을 철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그의 악전고투의 산물이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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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이 문장을 한 번 음미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지리학자들은 대체로 과학적 방법론의 대단한 힘을 활용하는 데 실패하고 있었다."

여기서 대단한은 fantastic하다고 표현하고 있네요.

요약하자면, 이 글을 쓰기는 힘들었지만, 자연과학적, 혹은 양적(quantatative) 방법론이 꽤 쓸만하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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