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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Harvey] 자본의 한계: ‘고양이 똥으로 포장한 개 똥’이 위기를 가져온다고? 2023-11-29 05:10:08 +0900 | 0 | 290

이전 글에서 우리는 『자본의 한계』의 서문을 살펴보았어요. 지난 글에서 데이비드 하비가 이 책을 통해서 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았다면, 이 글에서는 남은 서문(introduction)과 목차(contents), 그리고 주요 인용구들(quote)을 되짚어 보면서 『자본의 한계』를 주마간산격으로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주의사항이 있어요.

저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 글은 절대 『자본의 한계』를 다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혹시나 진짜 데이비드 하비 교수의 생각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원본을 읽어야 합니다. 원본을 제대로 읽으려면 마르크스를 읽어야 한다는 충동이 들 거에요. 이처럼 무엇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 챕터는 어디까지나 제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하비와 마르크스를 다룰 거에요. 이 주의사항은 이 챕터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장에도 적용됩니다.

『자본의 한계』는 총 13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장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이전 글에서 간략히 다뤘습니다. 이제 한 장 한 작씩 읽어볼게요.

1장에서 상품, 가치, 계급관계에 대해서 다루고, 2장은 생산과 분배, 3장은 생산과 소비, 수요와 공급, 잉여가치의 실현에 대해서 다룹니다. 4장은 기술변화 노동과정 그리고 자본의 가치구성, 5장은 자본주의 생산의 조직 변화, 6장은 (자본) 축적의 동학(dynamics), 7장은 과잉축적과 1차 위기 이론에 대해서 다룹니다. 여기까지가 마르크스 이론의 1차 정리가 되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마르크스가 아직 충분히 다루지 못한 내용을 다루기 시작합니다. 8장은 고정자본, 9장은 화폐, 신용, 그리고 금융, 10장은 금융자본과 모순에 대해서 다룹니다. 11장은 공간이론으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서 지대 이론에 대해서 다룹니다. 12장은 공간편성의 생산 자본과 노동의 지리적 이동성에 대해서 다루고, 13장은 자본주의 공간경제의 위기에 대해서 다룹니다.

먼저 이 『자본의 한계』라는 녀석을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눠봅니다. 하비 교수는 서문에서 이미 자신이 어떤 의도로 장을 구성해 놓았는지 친절하게 서술해 놓았어요. 1장부터 7장까지는 기존 마르크스 사상을 요약하면서 시작합니다. 사실 말이 1장부터 7장이지 이 책의 절반 이상이 서론인 셈이에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이야기는 영화로 따지면 『자본론』의 속편이 되고 싶어서 쓴 책이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서술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 번 글에서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말하자면, 기존 마르크스 이론을 ‘요약’하는 작업이 필요했던 거죠. 그리고 자신이 마르크스 학자들에게 마르크스를 제대로 읽고 요약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고 생각해요.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하비가 자신감 있게 1장부터 7장까지로 마르크스를 요약할 수 있었던 것은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몇 년동안이나 『자본론』과 『요강』을 강독했기 때문에 이미 내공은 쌓여 있는 상태였죠.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1장부터 7장까지의 결론이 무엇인가요?

1편은 마르크스의 생각을 하비가 논리적으로 재정리한 것이고 그 결론은 1차 위기에 도달합니다. 1차 위기의 핵심은 이미 다룬 바 있는 ‘이윤율 저하’(the falling rate of profit)에서 비롯됩니다. 셔츠 이야기 기억하시죠? 셔츠를 많이 팔려고 공장을 만들면 언젠간 그 공장의 이윤율을 저하될 수 밖에 없어요.

하비는 이것을 위기의 1차 국면(‘the first cut’ at crisis theory)라고 말합니다. 여기까지의 결론은 자본주의에서는 필연적으로 위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어요. 마르크스는 이윤율 저하 경향으로 제국주의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음을 이미 추론했어요. 대공황이 일어나고, 제국끼리 전쟁을 벌이는 것도 이윤율 저하의 경향과 무관하지 않을 거에요. 자본은 항상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전쟁'까지도 동원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2차 세계대전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공황이었고, 대전의 직접적인 결과로서 경제 부흥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물론 공산주의가 필연적으로 도래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는 마르크스의 추론이 대충 맞아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아요. 1편은 여기까지에요.

8장에서 10장까지 하비 교수가 한 작업은 마르크스 사고 체계의 연장이에요. 하비 교수는 1차 위기의 설명에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 고정자본을 통한 순환으로 이어지는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금융이라는 구원투수가 등장하는 과정을 이론화합니다. 금융은 신용체계를 통해서 가짜 자본(fictitious capital)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아까 신용체계가 구원투수로 등장했죠? 이제 그 금융자본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는 금융기법을 동반한 거대한 금융권력의 집중은 결국 자본주의를 탈안정화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정확하기 말하면 "안정화된 자본주의"로 탈안정화 한다는 것이죠. 이 말은 약간의 말장난으로 "자본주의의 안정"은 결국 불안정한 안정이라는 이중적 표현입니다.

11장에서 13장은 기존의 이론 틀을 활용해서 위기가 어떻게 공간적으로 확산되는지를 설명합니다. 이른바 '공간적 조정'이 이론화 됩니다. 10장까지 논의가 기존 마르크스 이론으로 어느 정도 추론 가능한 영역이라면 11장부터는 하비 교수가 마르크스의 논의를 공간적으로 확장하여 위기 이론을 ‘자기 나름대로’ 완성을 한 것이죠. 사실 이 장의 아이디어는 이미 ‘분석틀’에서 이미 설명했던 바 있습니다.

11장은 지대이론을 다룹니다. 사실 지대이론은 12, 13장과는 약간은 결이 다릅니다. 11장은 하비가 마르크스의 이론을 공간이라는 무대로 가져가려고 하는 중간다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지대(rent)에 관한 이론이야 말로 마르크스가 '공간'과 '가치'를 연결하는 필수적인 다리이기 때문이에요. 요약하자면, 원래 지대논쟁은 리카아도의 '차액지대론'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토지의 가치는 가장 열등한 토지에서 결정되고, 그 열등지와 우등지의 차이 만큼이 '지대'(rent), 즉 임대료가 된다는 것이죠. 마르크스의 독점지대론은 특정 토지를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하게 되면서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이것을 이른바 '독점지대'라고 하죠. 이미 사회정의와 도시에서 보았듯, 하비는 알론소의 '입찰지대론'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입찰지대론'의 전제 자체를 뒤엎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입찰지대론이 아니에요. 여기에서 하비의 중요한 기여는 '금융과 토지시장'은 결합할 수 밖에 없음을 주장한 것입니다. 앞 장에서 마르크스의 고찰을 통해서 하비는 고정자본과 금융까지 달려왔어요. '지대' 이론이 이미 복잡하게 전개되어 왔지만, 자본주의에서 '이자 낳는 자본'이 점점 구원투수로 자주 등장할 수록 토지 역시 별도의 특수한 자산이 아니라 그냥 '자산' 정도로 취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물론 1970년대라는 시점을 감안하면, 매우 과감한, 그러나 현실 예측력이 높은 주장이에요.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때 하비의 주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도 저는 이 장에 빚진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11장의 지대이론은 하비의 마르크스주의 해석을 시공간적 편성(configuration)에 관한 논의로 본격 확장시키는데 성공합니다.

2차 위기에서 자본주의는 이윤율 저하의 법칙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혹은 갑작스럽게 위기가 찾아올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고정자본에 대한 투자로 극복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도로나 항만의 건설, 그리고 주택과 오피스빌딩의 건설이 그 사례가 됩니다. 이것을 하비는 건조환경(built environments)이라고 표현합니다. 이와 같은 건조환경에 대한 투자가 괜찮은 이유는 일반 상품 생산보다 건설주기가 더 길고 회수기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민간투자사업으로 건설된 고속도로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건설되는 시간이 최소 몇 년이 걸리고, 엄청난 돈이 투자되며, 통행료로 고속도로의 건설 비용을 회수하는 데에는 최소 수십년의 시간이 들어갑니다. 티셔츠 만 만들어서 팔면 1차 위기를 맞지만, 고정자본에 대한 투자는 이윤율 저하에 맞서서 자본가가 선택할 수 있는 그럴 듯한 대안인 것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이 발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반 상품과 달리 공간상품은 회전주기가 더 길기 때문에 더 대규모의 자금을 더 오랫동안 융통해야 하기 때문이죠. 제 박사논문에서는 이와 같은 '하부구조'가 회계상으로는 '무형자산의 상각비'로 표현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간투자로 고속도로를 건설한다고 하면, 엄청난 돈을 융통해야 하는데, 이 흔적이 회계장부 상에는 '무형자산의 상각비'로 남는 것입니다. 즉, 거액의 '무형자산 상각비'(amortization)는 공간상품의 특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절묘한 특징입니다.

하비는 이 공간적 조정(spatial fix)는 결국 세계를 무대로 펼쳐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추론해요. 자본주의는 결국 '세계화'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죠. 이 때는 '세계화'라는 말이 있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마르크스 이론에서 꼭 '세계화'라는 말은 아니지만, 국제를 뜻하는 'international'이라는 말은 꽤 자주 등장합니다. 결국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세계로 뻗어나가 세계 곳곳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와 같은 해결책은 뜻밖의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즉 도시의 물리적 경관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말하는 건조환경(built environments)가 건설되면 자본의 이동 속도가 빨라집니다. 도로가 건설되고 철도망이 구축되면 보다 상품을 빠르게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동성(mobility)이 강화되는 것이죠. 아까 민간투자사업으로 건설된 고속도로 보셨죠? 우리나라 고속도로 중에서는 '인천공항 고속도로'가 민간투자를 통한 '하부구조' 건설의 첫 사례입니다. 말하자면 금융자본의 동원되어 공간적 구조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공간적 조정'의 사례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납니다. 상품의 이동성은 강화됨과 동시에 인프라스트럭쳐, 즉 건조환경은 도시에 고정(fix)됩니다. 그렇게 형성된 공간은 당분간은 기능을 하지만, 새롭게 나타난 위기에 취약한 구조가 됩니다. 하비가 ‘고향’처럼 생각하는 볼티모어는 원래 제조업 도시로 미국의 역사와 함께하는 도시였어요. 미국에서도 제조업이 어느 정도 쇠락하고, 볼티모어의 인구도 빠져나가면서 일부 지역은 ‘게토’와 같은 성격으로 변화하게 되죠. ‘게토’의 경험은 나중에 ‘인종’ 문제라는 방아쇠로 폭발해 버리게 됩니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볼티모어 폭동'이죠.

자본주의는 1차위기, 2차위기를 맞으면서 어느 정도 진화해 왔습니다. 케인즈주의는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자본주의가 공황을 극복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처방은 1970년대부터는 먹히지 않기 시작해요. 여러분들도 너무나 잘 아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가 온다구? 그럼 정부가 지출하면 되잖아? 이렇게 편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 1968년 자본주의 호황이 정점에 도달했다면, 1970년대부터는 석유파동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있고, 그 이후 1980년대 소위 ‘신자유주의’가 도래하는 발판이 되죠.

사실 하비 교수가 이러한 상황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자본의 한계』를 구성했는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법도 합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쓰던 19세기 중반은 이제 막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점이었어요. 말하자면 1차 위기가 막 꽃피우는 시기였다는 것이죠. 1차 위기는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라든지, 빈부격차라는 눈에 보이는 명백한 모순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은 ‘금융’이라는 조금 더 선진화된 자본의 기법에 의해 발발했죠. 자본시장이 붕괴하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어요. 미국은 뉴딜정책으로 조금 빨리 기사회생했다지만, 다른 국가에서 공황의 문제는 심각했어요. 공황은 2차대전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했죠.

3차 위기에 접어들면서 위기는 점점 만성화가 되기 시작합니다. 대공황 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지만, 위기가 여기 저기 공간적으로 전염되면서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는 고도로 발전된 금융상품, 마르크스 용어로 가짜 자본(fictitious capital)에 의해서 촉발되었습니다. 신용부도스왑(CDS)과 부채담보증권(CDO), 합성 CDO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죠.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들이죠.

‘빅쇼트’에 나오는 표현에 따르면, 합성 CDO는 “고양이 똥으로 포장한 개 똥”이죠. 그리고 이 거대한 믿음의 체계를 구축해주는 것은 신용평가기관입니다. 무디스나 스탠다드앤푸어스가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죠. 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유럽에는 대대적인 재정위기가 찾아옵니다. 그 때마다 세계 경제는 휘청휘청거렸죠. 이쯤 되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조금은 불안한 측면을 가지고 달리는 기관차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의 한계』는 이렇게 3차에 걸친 위기 이론을 통해서 마르크스의 이론을 확장, 재정립합니다.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했을까요? 하비 교수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발판으로 자신만의 공황 이론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여기서 ‘성공’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이론이 공감을 받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이론을 인용하면 ‘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본의 한계』는 성공했습니다. 하비는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많이 인용되는 저자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하비의 저서 중 그의 사상을 응축하고 있는 이론서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자본의 한계』입니다. 그런 점에서 하비는 꽤 공감을 받는 마르크스주의 학자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물론 반론들도 있어요. 이 반론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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